웃음과 비명 사이, 내 시선이 닿지 않은 곳

“나는 이 영화를 몰랐다.”

이렇게 많은 호평을 받은 영화인지도 몰랐고, 주변에 이 영화를 보고 추천하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것이 아쉽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되짚어보자면, 사운드에 의해 불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초반의 장면들이 참 예술적이거나 어느 박물관에 걸린 명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았고, 마당도 참 넓고 잘 해놓고 사는구나. 영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잘 몰랐지만 이 집에서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면서 봤다.

주인공 부부 중 남편과 군인들이 집에서 유대인 수용소의 가스나 소각에 대해 회의할 때도 나는 이 집 식구들을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하고, 이 집에 군대와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서 갈등이 생성되고, 그걸 해결하는 구조의 영화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의 심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껏 봐 온 영화는 주인공에게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이입하는 것을 도와주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평소 보던 영화를 시청하는 태도로 이 영화를 다 시청한 직후의 감상은 혼란스러움, 기분 나쁨, 그리고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는지는 알겠지만 너무 늦게 파악해버린 나머지 초반부터 나온 인물들의 행동과 장면의 의미 매치로 바쁨 등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바로 옆에 벽을 하나 두고 가정을 꾸린 독일군 소령과 아내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에는 자연스럽게 유대인들을 향한 멸시와 혐오가 묻어나온다.

 이 영화에서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 루돌프 회스가 밤에 마구간에서 자신의 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시청하는 순간에는 주인공에게 이입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해당 장면을 가장으로서의 무게가 힘든 상황이라 이해하며 굉장히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 시점이 작품 내에서 주인공 부부가 지역 이동을 두고 다툰 후였기 때문인데, 다시금 생각해보면 인간은 다면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장면이다. 자신의 말에게는 다정하게 구는 모습도, 자식들을 데리고 놀아주며 챙기는 모습도 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감자들을 학살하고 소각시킨 군 장교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답답해지면서 다신 그렇게 평범하게 바라볼 수가 없게 된다.

 영화 감상 시작 부분에 나오는 검은 화면은 사운드에 집중할 수 있게 했는데, 음산한 사운드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무서웠다. 사운드가 새소리로 바뀌고 가족들이 피크닉하는 장면에서부터는 위에 말했듯 그냥 평범한 다른 가족영화들처럼 보았다.

그 후, 부부가 침실에서 잠들기 전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금 소름끼쳤다. 전에 갔던 여행 이야기도 하며 여느 부부들처럼 평범하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듯 해도, 뭔가 조롱하는듯한 돼지 흉내를 하며 그걸 보고 오히려 더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은 정말 기괴하게도 느껴졌다. 이 다음부터는 부부를 볼 때 항상 불안함과 답답함이 느껴졌고, 특히 소령인 루돌프 회스에 대한 양면성을 느낀 다음부터는 이 인물이 화면에 나올 때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 불안과 두려움을 강하게 느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부부를 혐오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유대인에게 의지하며 동시에 조롱하는 말과 행동, 금슬이 좋은 부부인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보이는 범죄자와 범죄 공모자가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 등이다. 마지막 현대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전시장을 보고, 다시 화면이 암전되며 음산한 유령의 비명같은 사운드가 나오면서 이 영화가 끝난 것에 대한 해방감이 느껴졌지만 떨쳐내고 싶은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은 오래 지속되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색감이나 장면 등 미학적인 부분은 먼저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집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촬영이다. 작중 루돌프 회스가 불을 끄는 장면, 유대인 하녀가 움직이는 장면 등 실내에서 움직이는 장면은 cctv에서 인물의 이동에 따라 카메라를 바꾸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또 정원이나 집의 풀장, 루돌프 회스가 참여한 파티, 계단 등 정면에서 촬영한 부분들은 그 기괴한 느낌과 강박적인 인물의 성향에 잘 어울렸다. 특히 루돌프 회스가 계단을 내려가다 멈추는 장면은 암울한 느낌의 색감과 인물의 특성이 무척 잘 어울려서 계속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다.


 이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공유받으며 나는 내가 영화를 보는 방식이 주인공의 시점으로 다소 많이 치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나처럼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일상 속에도 내가 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면적이지만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버린 주인공 부부와, 그 가정의 화목한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를 벽 너머 누군가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 글쓴이 K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