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마주하는 불편함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알 수 없는 사운드와 함께 몇 분간 검은 화면으로 시작된다.

나는 이번 모임에서 이 영화를 세 번째 보게 되었는데 매번 이 시작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무게가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면이 멈춘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이미 영화를 여러 번 본 탓인지 훨씬 더 무겁게 다가왔다. 불길한 분위기가 감도는 기괴한 사운드가 흐르다가 평화로운 새소리와 함께 마치 잔잔한 유럽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회화적 이미지로 전환되는데, 그 순간 묘한 불안감이 스며든다. 평온함 속에서 느껴지는 이 불편함이 곧 영화의 시작이다.

이 영화는 평화롭고 회화적인 장면들 속에서 오히려 섬뜩함을 만들어낸다. 전형적인 상류층 가족의 일상이 지루할 정도로 잔잔하게 이어지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회색 벽이나 검붉은 연기는 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을 참혹함을 암시한다.

영화는 아우슈비츠 옆 집에서의 삶을 다루지만, 학살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기괴한 소리들이 들려오고, 관객은 저 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섬뜩함을 느낀다. 이번 관람에서는 생각이 많아졌는데, 과거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옆에서 살던 일본 장교의 삶도 이와 같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정적이 오히려 직접적인 묘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화가 고요할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벽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영화의 제목처럼 나 역시 ‘관심의 영역(Zone of Interest)’ 속에서만 살아온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내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조차 모른 채, 담 너머의 현실은 외면하고 담 안의 세계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물론 무작정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연한 질문이 마음속에 남았다.

글쓴이 lSJ